“닭도 헐빈하게 키우고 관리를 쎄가 빠지게 했는데, 출하를 코앞에 두고 죽었다 안캅니까.” 8일 오전 경남 합천의 한 육계농가. 한모씨(65)는 최근 폭염 탓에 키우던 닭이 폐사하는 피해를 봤다. 기상청에 따르면 폭염일수는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의 수를 의미하는데, 합천지역에는 6월27일부터 폭염이 이어져 이날 기준 12일째였다. 평소 육계 7만마리를 입식하는 한씨는 더위를 대비해 6만5400마리로 사육규모를 줄였지만 역부족이었다. 한씨는 “6월30일 닭 출하를 앞두고 있었는데, 그 이틀 전(6월28일) 최고기온이 35.6℃로 치솟으면서 닭 5000마리가 죽었다”고 털어놨다. 이 농장의 평균 폐사율은 전체 사육기간 통틀어 2∼3% 수준인데, 그날에만 7.6%에 달하는 닭이 폐사했다. 한씨는 1993년부터 32년간 닭을 키웠지만 이렇게 폭염으로 큰 피해를 본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어 “폐사규모를 확인하려고 아들과 함께 이틀에 걸쳐 계사에서 죽은 닭을 끌어내 계수했는데, 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풀죽은 아들 모습에 가슴이 먹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나마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해 피해액 일부라도 보상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씨는 “폭염 대책은 시설 현대화, 입식 마릿수 조정 외엔 답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여름철 닭고기 수급을 걱정한다면 외국산 수입 확대보다는 농가의 폭염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시설 투자 지원폭을 확대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황강을 거쳐 경남 함양으로 이동했다. 하천 물줄기 대신 드러난 돌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함양읍에서 만난 한우농가 박용삼씨(55)는 “함양에도 최근 폭염경보가 내려지고 소들도 힘겨워해 지난주부터 어제까지 만사를 제쳐두고 안개분무시설을 직접 손봤다”고 말했다. 박씨는 축사 천장 선풍기 아래에 2구짜리 분무 노즐을 매달아 바람을 타고 적정량의 물과 냉기가 전달되도록 했다. 5일간 지켜보니 소도 만족스러워 보인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박씨는 “우방 안에 들어가보니 지리산 뱀사골계곡 아래 앉아 있는 것처럼 시원했다”고 비유했다. 박씨는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아 안개분무시설을 설치했지만 분사량이 과해 축사 바닥이 질어지고 소 몸에 우분이 묻는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또한 습도가 높아져 소들이 오히려 힘겨워했고, 전력 소모도 커서 종종 차단기가 내려가곤 했다고 설명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심정으로 자재비 포함 200만원가량을 들여 직접 개선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소는 위가 네개라 되새김질할 때마다 열이 발생하니, 여름철엔 사료 섭취도 줄어 비육이 어렵다”고 했다. 박씨는 “폭염 대비는 생산성과도 직결된다”면서 “지구온난화 탓에 폭염 피해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기관들도 축산농가에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대비 시설을 개발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합천·함양=이미쁨 기자 already@nongmin.com